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

강의10)뇌는 이성이 아니라 예측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월한 종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이 생각에서 시작해야 나를 바꿀 틈이 생긴다. 

 

인간은 지금도 원시생활에 적합한 뇌를 가지고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 많은 고충 속에서 산다.

문화가 발달되는 속도를 우리의 의식이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문화지체 현상과 비슷하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감정을 이끄는 편도체는 이성적인 작동을 주관하는 전전두엽피질에 비해 거의 진화를 하지 못했다. 

 

인간의 진화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1만 년 전, 원시인의 뇌와 지금 우리의 뇌는 전혀 다르지 않다. '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하다. 의식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은 과거 원시인의 것보다 훨씬 더 두텁고 넓게 발달했지만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이끄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편도체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뛰어난 능력 중에 하나가 협업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 덕분에 인간이 모든 종 위에 설 수 있었고 문명을 발달 시킬 수 있었지만 딱 여기까지다. 

오롯이 나를 이끄는 것은 우리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 모든 것을 다한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뇌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이다. 

 

우리 뇌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 생존과 번식에 관련된 움직임만을 예측하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필요한 곳을 예측하여 적절히 배분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 365일 일 년 내내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이것이다. 우리 뇌는 늘, 생존만을 생각하며 생존을 위한 에너지 비축과 에너지 사용을 위한 예측 활동만을 할 뿐이다. 

우리가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것을 내 삶에 들인다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 내 생존에 위험이 생긴다고 느낀다. 원시시대 같은 상황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현대사회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걸 뇌가 아직 모른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작동방식인가? 이런 뇌에게 나의 모든 것을 맡기며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뇌 구조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원리로 프로그래밍 된 뇌의 작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어 있다. 모두 같은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는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신경회로는 아직도 우리가 옛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진화를 거의 하지 못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상이지만 우리의 뇌 안에는 아직도 존재하는 세상이다. 인간의 진화 속도로는 우리의 우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또한 인간의 진화는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며 인간의 의지가 아닌 자연의 이치에 의해 진행되므로 인간이 계획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럼 우리 뇌는 무엇을 기준으로 예측하는 것일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과거 경험, 즉 전에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했던 행동들을 참고하여 예측한다.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생존방식을 터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뇌는 우리가 했던 경험을 컴퓨터처럼 하나의 파일에 하나의 경험을 저장해서 꺼내 쓰는 방식이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뇌의 각기 다른 영역에 저장된 조각들을 다시 불러와서 다시 짜 맞추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이것을 대뇌피질과 해마가 협업하여 만든다. 또한 우리의  영상처럼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처럼 한 장 한 장 저장되는 방식이다.

AI의 학습 방법이 인간이 학습 하는 방식을 모방해서 한 것이다. 기억을 저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기 기억은 모두 해마에 저장되며 이를 대뇌피질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하여  각기 다른 영역인 장기 저장소에 나누어 저장한다. 기억을 회상하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이러한 입출력 방식이다 보니 꺼내 올때마다 기억의 오류가 생긴다. 기억을 회상할 때 다른 기억과 겹치기도 하고 다른 기억을 꺼내오기도 하면서 기억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뇌에는 지각기관이 따로 있지 않다. 뇌가 어떤 장면이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아주 빠르게 그대로 재현해보고 과거의 경험과 비교하여 개념, 즉 단어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우리 뇌는 무의식의  95%를 채우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맞는 맥락 안에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게 되어 있다. 즉 경험에서 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는 내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이야기 뿐이다. 그 이야기와 연속성이 있고 맥락이 연결될 수 있는 경험에만 관심이 있다. 만약 그 경험이 내가 가지고 있는 맥락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면 뇌는 의식이라는 영역을 활용해 합리화시키면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고 창조까지 한다.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해도 그 경험이 내 무의식에 오래 남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을 뇌도 모르게 바꿀 수 있는 것이 반복적인 생각과 행동, 즉 습관이고 강한 느낌, 즉 감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