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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21)의도적으로 삶에 불편함을 들여야 하는 이유

불편함이 우리의 행동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한다. 

삶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익숙한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불편함과 불안함, 두려움 마음까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우리 삶에 들여야 익숙하고 편해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생각과 행동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우리의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경회로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시도한다. 단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편함이 싫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더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새롭게 신경세포가 생겨도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뇌가 예측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에 익숙하게 사용하던 패턴과 다른, 활동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활동과 경험, 즉 새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어 또 다른 신경회로를 만들어서 기존과 다른 예측을 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어려운 것이 새로운 활동을 내 삶에 들이는 일이다. 새로운 활동이란 해보지 않은 활동이고 해보지 않은 활동은 우리에게 신선함도 있지만 불편함과 두려움 감정이 더 크기에 쉽게 들이기 어렵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의도적 불편함이다. 

 

항상 사용하던 어금니가 갑자기 욱신욱신 쑤신다. 양쪽에 어금니가 있지만 이것도 습관이 돼서 음식을 씹을 때 꼭 한쪽 어금니만 사용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 사소한 일조차 잘 되지 않는다. 습관이 항상 내 의지를 이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역전이 될 때가 있다. 내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어느날 갑자기 아플 때다. 항상 사용하던 어금니로 씹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다. 습관이 나와서 음식을 그쪽으로 보냈다가 이내 다른 쪽 어금니로 이동시킨다. 이건 내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나온 몸의 반응이다. 왜? 내가 늘 사용하던 어금니로 씹으면 아프니까 무의식적으로 아프지 않은 곳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어부지리로 얻은 행동이다. 써보니까 불편하지도 않다. 그냥 이유없이 그쪽으로 음식물 가져자기 않았을 뿐이고 편해서 매일 사용하는 어금니로만 음식물을 가져갔을 뿐이었다. 우리 삶도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불편해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아서 불편할 것 같아서 하지 않은 것뿐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성격 탓에 가끔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과 맞지 않으면 내 생활이 불편할지라도 타협을 잘 하지 않는다. 노동을 하지 않은 만큼 생활은 불편해도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까지도 해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이러한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감정이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손이 두 개 있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먹고 사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에 푹 빠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나도 그랬다. 코로나로 2년을 쉬기 전까지는 그래도 일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 코로나로 2년을 쉬면서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에 더 집중할 시간이 생기다 보니 하고 싶은 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걸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쉬기 전에도 좋았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니 훨씬 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집중이 또 다른 생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어서 내가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어른답게 말하기' 강의도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작업도 그 시간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의도해서 불편함을 내 삶에 들인 것도 있다. 2023년 8월에 처음 에어컨을 샀다. 이렇게 얘기하면 주변에서 놀란다. 어떻게 지금까지 생활했냐고? 일 년에 두 달, 많으면 세 달, 이정도 더위쯤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이겨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선풍기도 없이 살았는데 지금은 방마다 선풍기는 있으니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18년도 여름, 정말 더웠다. 그리고 좀 괜찮다가 최근 몇 년, 에어컨 없이 살기 나도 힘들었다. 이렇게 버티다 작년에 샀다. 이 불편함이 준 좋은 점도 있었다. 한 번은 아이들과 유럽을 여행할 때다. 식구가 많다보니 에어비엔비에 숙소를 정하고 이동을 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양심 없는 에어비엔비 주인이 있다. 외국은 전기가 풍부하지 않은지 어디를 가나 밤이 환하지 않다. 그리고 상점이나 가게에서도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도 에어컨이 있었지만 리모콘이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이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가 많이 나오니까 가끔 이런 행동을 하는 주인이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집주인과 연결을 하려 했지만 전화도 받지 않고 그렇게 2박 3일을 그 숙소에서 지냈다. 나는 화가 엄청 났다. 하지만 남편이나 아이들은 우리집에도 없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땀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잘 참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아이들은 없으면 없는대로 잘 참는다. 그리고 불평을 잘하지 않는다. 부족한 생활에 익숙하다보니 불평불만 없이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이또한 예기치 않게 얻은 불편함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