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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22) 돈 걱정을 덜하는 법

'필요'와 '욕망'을 구분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을 빼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같은 물질주의적인 삶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보여주고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돈이 가진 힘이 전부라고 생각할 위험성도 아주 크다. 지금의 현실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꾸준히 비교하면서 그 안에서 좌절하고 실망하고 부러워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고 있다. 여기에 근거 없는 정보까지 넘쳐나면서 돈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까지도 흔들어 놓는 게 우리가 맞이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살기란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그렇다고 요즘 인기 있기 있는 프로그램 '자연인'처럼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돈과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으려면 돈은 필수 조건이다. 혼자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입고 자고 먹고 하는 모든 상황에서 돈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지만 삶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돈은 있어야 한다.

 

그럼 얼마 만큼의 돈이 있어야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갈 수 있을까? 사람마다 돈의 기준이 다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적 문제란 돈이 있으면 해결 가능한 문제다. 이를 위해 돈을 더 벌거나 아니면 적게 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돈 걱정 없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내 능력 밖의 일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다 노력한다고 넉넉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노력에 운이 더해져야 가능한 경우다.

 

우리가 돈 걱정을 덜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아껴 쓰기'다. 아껴 쓰는 것만이  내 능력 안의 일이다. 아껴 쓰기 위해서는 '필요'와 '욕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욕망이란 경박하고 사치스러운 단순한 욕구다. 내 돈을 쓰고 있지만 나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사용하는 돈이다. 주변에서 아파트로 돈을 벌었다고 자기 상황과 형편 고려하지 않고 따라 하려는 마음이나 동료가 좋은 차를 샀다고 자신도 좋은 차를 갖고 싶은 마음 모두가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 걱정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시기나 경쟁심에서 유발되는 욕망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도 돈에 대한 나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심리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경제적인 문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삶의 가치 기준은 무엇인지, 생활 방식은 어떻게 가져가고 싶은지, 가족 구성원의 생활 습관은 어떤지 잘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 삶의 기준으로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가치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정말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돈만 벌려고 노력하면 된다. 이것이 돈으로부터 더 성숙해지고 더 자유로워지면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은 '아껴 쓰기'가 습관이 돼서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도 잘나갈 때가 있었다. 우리가 결혼할 때는 혼수 용품을 내 기준으로 정해서 산 게 아니라 그 당시 신부들이 대체적으로 사가는 용품을 용도도 모른 채 장만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다. 써보지도 않고 버린 '인켈 전축' 그냥 장식품으로 모셔 놓았던 물품이다. 장식장, 그릇, 상, 쌀통까지 별로 쓰지 않고 버렸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 물건이다. '만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만약에 그 돈을 주식이나 집 사는 데 보탰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그때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남들이 산다고 따라 사지 않는다. 남들이 좋다고 권장하는 물건도 사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도 삶이 힘들었을 때 만들어진 습관이다. 생각하고 생각해도 꼭 있어야 할 것 같을 때 그때 움직인다. 물건을 살 때는 가성비를 따지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  그래야 집에 놓고 봐도 기분이 좋다. 하나를 사더라도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고른다. 내 노동력과 시간을 들여 벌은 돈을 아무 물건이나 사는 데 쓰고 싶지 않다. 사실 이러한 구매 방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 경제적일 때가 많다. 지금도 난 14년 정도 된 소파를 사용하고 있다. 관리를 잘해서 지금도 거실에 놓고 보면 마음이 뿌듯한 소파다. 살 때는 좀 부담이 됐지만 잘한 선택 같다. 아마도 내 노년의 삶에서도 같이 할 것 같다. 내 형편에 맞게 고른 것 중에 하나가 '경차'다.  경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러 마음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형편이 되면 바꾸고 싶다가도 다시 이내 사그라들지만 그래도 항상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경차' 덕분에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욕망이 올라와서 돈을 쓰고 가끔 후회하는 것도 있다. 바로 내 옷이다. 나이에 맞게 나답게 그리고 예쁘게 입는 것을 좋아해서 욕망에 내 의지가 지는 날이 많다. 미니멀 라이프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옷에서 만큼은 욕망을 내려놓기 어렵다. 내가 여기에서 받는 에너지가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생활 방식이 있고 돈을 사용하는 기준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정말 써야 할 곳과 쓰지 말아야 할 곳을 구분해 놓으면 좀 더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자기 삶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곳,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것에 돈을 쓸 수 있는 의식을 키우고 타인을 의식해서 사는 물건, 욕망으로 인해 갖고 싶어진 물건,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사려는 물건에는 돈을 안 쓰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우리가 돈 걱정을 덜하고 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