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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23) 기본을 지키는 작은 습관이 나에게 힘을 준다.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도 우리는 힘을 받을 수 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타인과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번째 방법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도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떻다는 것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이 기본적인 것이 '약속'이다. 약속은 생각보다 꾸준히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신경 써야할 일들이 나를 붙잡기도 하고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을 붙잡기도 하면서 습관처럼 내 삶에 들어와 있다.

 

지금처럼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계획한 목표도 이루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책임져야 할 일, 인간 관계 등 다양한 곳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실천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뭔가의 노력도 계속 투입해야 한다.  에너지는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어딘가에 에너지를 썼으면 쓴 에너지 만큼 충전이 필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셀프 충전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약속'이다. 

 

회사 다닐 때 일찍 간 것은 셀프 충전이 아니고 그렇게 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출근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다. 가르치는 일을 15년 정도 하고 있다. 이곳은 9시까지만 교실에 가 있으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럼에도 나는 2,30분 먼저 도착하기 위해 시간 배분을 한다. 이렇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좋아서다. 학교에 일찍 도착함으로써 받는 기운이 있다. 학생도 사람들도 별로 다니지 않는 공간에서 받는 느낌이 좋다. 혼자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도 나의 향수를 자극한다. 교실에 먼저 도착해 수업 준비를 다 하고 준비되어 있는 교실을 바라보는 것에서도 에너지를 받는다. 교실에 도착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있어서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 것도 즐겁고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약속도 같은 느낌으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현까지 담아서 하는 행동이다. 2년 전쯤에 우연히 내가 자주 들어가는 카페에 공지가 떴다. 어떤 분이 무료로 '스피치 강의'를 해주신다는 것이다. 집과는 거리가 좀 됐지만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무료로 해주신다고 하니 이것처럼 반가운 공지가 없었다. 예의를 다해 문자를 보내고 참가할 수 있었다. 수업에 참가하는 내 마음은 이랬다. 주말 아침에 시간을 내서 두 시간씩 무료로 해주시는 그 분에게 내가 최선을 다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수업시간에 빠지지 않는 것이고 시간에 맞게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고 한 번도 늦게 도착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눈이 많이 와서 가는 데 애를 먹었지만 출발하기 전부터 눈이 내리는 걸 알았기에 미리 시간을 계산해서 늦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거나 가까운 거리에 사시는 분들이셨다. 다른 분들은 조금 늦게 오시거나 안 오시는 분들이 많으셨다. 참 사람의 마음이 이상한 게 여기에서도 에너지를 받는다. 다른 분들은 못 한 것을 내가 했다는 느낌, 나만 시간을 지겼다는 이 기분이 나에게 힘을 준다. 그래서 지키고 또 지키는 것 같기도 하다. 

 

약속 시간에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이 있다. 늦게 도착해서는 이런 저런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 그 사람은 어쩔 수 없었던 이유를 대지만 듣는 나로서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말뿐만이 아니라 몸과 표정, 행동 거기에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느낌까지 포함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상대방은 그걸 느끼고 그 사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거짓처럼 느껴졌다고 해도 앞에서 내색하기 꺼려하는 것도 사람의 본능적인 마음이다. 관계의 불편함을 더 싫어해서다. 

 

약속 시간에서 10분 정도 늦는 것에는  눈을 감아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상대방을 아끼는 표현일 수 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에서 10분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베푸는 마음도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다. 자주 습관처럼 늦으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랑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약속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는 이렇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다. 오기로 한 친구가 약속을 펑크냈다. 일이 있어 못 간다는 핑계 전화도 없었다. 아마도 다른 친구들이 있으니 나 하나쯤이야 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모임에 참석한 회장이 전화를 거니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한다. 그 친구가 없어서 안 될 모임은 아니였지만 전화번호에서 삭제했다. 지금도 그 친구 전화번호는 없다. 아는 선생님이 계신다. 품고 있는 생각도 겹치는 부분이 많고 말도 어느 정도 통하는 그런 선생님이다. 그럼에도 약속 시간에 번번히 늦는다. 같은 학교에서 같이 수업하고 같이 끝나도 그렇다. 오셔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지만 역시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약속 시간에 늦은 또 어느날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선생님, 다음부터는 늦게 온 사람이 밥 사는 걸로 해요."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가 어렵다. 이유는 다들 각자만의 사정이 뭐가 그렇게 많은지 날짜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나는 거기에 보태지 않기 위해 되도록이면 친구들 시간에 맞춘다. 세상에서 정말 그때 그시간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본다. 별로 없을 것 같다. 있을 수도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것을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면 충분히 생갈할 수 있는 것이지만 생각을 안 했을 뿐이다. 친한 친구가 최근에 내게 한 말이다.  너에게 전화하면 이유 달지 않아서 좋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영미야, 나도 이거 노력하는 거야.너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