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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29) 말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는 것이다.

내 처지가 아닌 상대방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말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뇌의 작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말도 내가 가진 무의식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 사람의 세상에서는 그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험조차 기억으로 저장될 때는 무의식 안에 있는 주관적인 스토리의 맥락 안에서  전부터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관념들과 맞는 경험만을 이해해서 받아들인다. 이러한 작동 방식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 맞다. 똑같은 사건과 똑같은 상황을 접해도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에 러시아에서 대통령 투표를 치렀다. 우리나라 방식과 아주 다르다. 러시아에서는 투표함이 투명하고 투표 종이도 접지 않고 넣는다. 반면 우리는 안이 보이지 않는 함에 투표 용지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접는다.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 투표 방식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우리는 러시아 투표 방법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접하지 않은 방식이라 생소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방식이 옳고 그르냐의 차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것도 이와 같다. 타인은 타인이 만든 세상에서 살고 우리도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서로의 소통방식이나 생각하는 것이 같기 어렵다.  한 공간에 같이 사는 부부끼리도 대화가 전달되지 않아 힘든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내는 열심히 회사에서 열 받은 일을 남편에게 말하는데 듣고 있던 남편은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만 하려 한다. 스트레스 풀자고 한 얘기가 부부의 골만 더 키운 꼴이다.  남편은 아내가 어떤 부당한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내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만든 세상의 의식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전달한 것이 화근이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의 세상을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서로의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없으니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다. 요즘은 MBTI로 서로의 다름을 객관화해서 알고 있지만 그냥 다름만 인정할 뿐 이조차도 이해는 어렵다.  

 

말을 전달하는 것도 무의식의 영역이라 바꾸기 쉽지 않다. 말하는 태도나 습관도 말을 전하는 데 영향을 준다. 나도 고치고 싶은 말의 습관이 있다. 상대방이 이해하고 납득하려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 스타일대로 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러한 마음이 내 의식에 가득 차서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도 생각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을 텐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 일이나 감정을 뭘 그리 길게 얘기할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이 강해서다.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도 그렇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엄마하고의 대화가 특히 그렇다.  많은  분들도  그러하시겠지만 나도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안 좋은 일들은 거의 말씀을 안 드린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한 동안 전화를  안 드린다. 내 감정을 숨기고 하려고 해도 엄마라서 그런지 잘 안 된다. 이렇게 글 쓰기 작업을 할 때도 연락을 자주 안 한다. 엄마도 이런 내 행동에 서운해하시는 눈치다. 엄마는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데 연락을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가 말을 안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내 상황을 조금 알려 드렸다면 아마 걱정은 하셨겠지만 서운해하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요즘은 할 말을 전화보다 문자로 많이 주고 받는다. 문자로 보내는 글도 우리가 하는 말처럼 잘 전달되어야 하는 데 말보다 더  어렵다. 상대방은 받은 문자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 추측의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래서 문자로 보낼 때는 좀 더 자세하고 섬세하게 자신의 상태나 처한 환경을 문자로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고 받는 문자를 보면 생략이나 오류의 문장이 많다. 받는 사람도 이것에 민감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런 것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자는 감정의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아주 크다. 감정을 표현할 적당한 이모티콘이 없으면 안 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문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라도 안 보이는 부분까지 자세하고 섬세하게 전달하려고 해야 한다. 문자를 받는 사람 또한 취해야 할 태도가 있다. 받은 문자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우선 그 문자에 대한 평가는 문자를 보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보류하자.

만나서 조심스럽게 확인을 하든지 아니면 살짝 떠보는 방법으로 확인하고 난 후에 행동을 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