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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35) 뇌의 작동 방식을 모르면 알 수 없는 것

세상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마주하기 어렵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시각을 통해 들어온 사실 정보를 바탕으로 각자의 무의식 안에 있는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여 순식간에 추측하고 재현하여 창조한 현실을 보는 것이다. 우리 뇌에는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감각과 일치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각 시스템이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뇌가 환각 시스템을 이용해 각자가 '해석한 세상'이다. 똑같은 곳을 한 번 갔을 때, 두 번 갔을 때, 세 번 갔을 때 보이는 것이 다르고 똑같은 것을 봐도 어떤 사람은 있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없었다 하고 똑같은 것을 들어도 해석이 다 제각각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내가 느낀 감정이나 내가 본 것이 틀릴 거라는 의심을 하지 못한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게 진실이라 믿고 그렇게 다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내 삶에 아주 큰 어려움이나 고통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내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하고 바꾸려는 용기를 내본다. 바꾸지 않으면 생존에 위기가 닥침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눈은 진화론적으로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맹점이라고도 하는데, 시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 모두가 뇌로 가지 못한다. 10분의 1 정도만 뇌로 전달되고 나머지 90%를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한 범위 안에서 뇌가 환각 시스템을 이용해서 만든다. 우리가 보는 세상이 뇌가 이렇게 만든 세상이다. 뇌가 이렇게 진화된 이유는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에너지, 즉 의식을 사용해서 행동을 한다면 생존에 빨간불이 켜진다.  무의식의 힘을 빌리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감각과 판단은 항상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우리의 과거 기억도 이러한 절차를 밟아서 뇌가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뇌의 작동 방법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도 과거의 기억처럼 창조할 확률이 99%다. 우리가 강하게 의식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과거와 비슷한 현재, 미래를 살 수밖에 없다. 그럼, 의식을 강하게 해서 노력하면 바꿀 수 있을까? 이 또한 쉽지 않다. 의식도 무의식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95%의 무의식과 5%의 의식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5%의 의식 또한 무의식의 강한 영향권에 있다. 항상 짜장면을 시키는 사람이 생각은 다른 걸 먹고 싶지만 못 시키고 같은 것을 시키는 것과 같다. 이전과 다른 결정을 하려고 해도 항상 습관이 이긴다. 결국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 하물며 의식까지도 무의식이 좌지우지하며 우리의 과거를 만들었던 것처럼 현재와 미래까지도 그렇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삶이 불편하지 않는 한 그냥 살아오던 방식대로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간에게만 있는 강한 욕구가 있다. 바로 성장욕구다. 지금보다 나아지려는 강한 마음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우리 뇌 신경회로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은 일어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누구나 자기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있다. 나도 이걸 깨닫기 전에는 내 믿음이 옳고 맞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한 믿음이다. 내 형제나 부모님에게 조차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른은 더욱더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도 이러한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좀 유연해 지려고 노력 중이다. 생각도 하고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함을 항상 느낀다.  혼자서 책을 오랫동안 읽다보니 내가 읽고 배운 지식이나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몇 년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어느 카페에 글을 올리고 참여자를 모으려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번 강의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면 자존감에 상처가 많이 났다. 그래도 용기 내서 올리고 상처 받고 하기를 여러번 반복하다 지금은 방향을 바꿨다. 이곳에 이렇게 내 마음대로 상처 받지 않고  '강의1,2" 형식으로 쓰고 있다. 내가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도 이러한 무의식적인 믿음을 이기기 쉽지 않다. 지금은 생각한다. 내가 이 무의식적인 믿음을 극복하는 날이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강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낀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배운 각자만의 뇌 공식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다. 이를 신념이나 관념, 믿음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가치들도 따지고 보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내 것처럼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내 꺼라고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이 너무 힘들어서 바꾸려 하기보다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뇌의 작동 방식을 알고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잘하는 것을 찾아 삶에서 행동하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로 삶을 채우려고 노력할 때, 그 노력이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에너지는 삶을 좀 더 나답고 의미 있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오늘도 어제 같고 어제도 오늘 같은 무탈하고 안정적인 삶은 어찌 생각하면 함정과도 같다. 이 세상에게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은 주어진 환경을 넘어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력을 찾아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설령 그 길 위에 어려운 난관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삶이기에 그 난관 또한 헤쳐나가고 싶은 용기가 느껴진다. 그 용기 있는 행동이 더욱더 나답게 살도록 내 삶을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