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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43) 미니멀 라이프를 말하다.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오늘날 같은 풍요로운 시기는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삶의 특수한 형태다. 인간이 가진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욕망 덕에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풍요로움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자유로운 삶에 대한 기준을 흐트러뜨린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 풍요로운 삶 안에서 보다 많은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시간을 노동이 아닌 내가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있었다. 선택지가 다양하고 풍부한 세상에서 우리는 더 많은 자유와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현실은 이러한 우리의 믿음과 다르게 흘러갔다.

 

현대 사회처럼 모든 것이 풍부하고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실제와 다르게 우리의 심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심적 긴장과 압박감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이러한 심적 스트레스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택에 대한 후회도 가져온다. 후회는 자책과 원망을 낳고 또다시 나를 괴롭힌다.  많은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기회비용 차원에서도 선택한 제품에 대한 만족감이 낮아진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사소한 일에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나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전념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에너지는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쓴 만큼 충전해야 하는데 오늘날 같이 바쁜 사회에서는 이 또한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에너지 낭비 없이 스스로 충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미니멀 라이프'다.  '미니멀 라이프'의 사전적 개념은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삶'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풍요로운 세상에서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려면 삶의 대한 자신의 기준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삶'과도 차이가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삶을 꾸리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집안에 들임으로써 거기에서 에너지를 받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삶이다. 적당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집안에 들여도 가치 있고 품위가 있는 물건을 들이는 것이다. 조금은 럭셔리한 삶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삶이 보통의 삶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생활 방식 및 태도 등  다양하게 자신의 취향이나 믿음에 대해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집중과 선택이 쉬워진다.

 

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삶에 들인 계기는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을 통해서다. 나의 장점 중에 하나는 마음으로 느끼면 잘 바꾸고 바뀐다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진정한 뜻을 알기 전까지는 '단순한 삶' 정도로만 생각했다. 집에 가구나 생활 물품, 옷 등을  많이 소유하지 않고 사는 소박한 삶 정도로 생각했고 나와도 맞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의 진정한 뜻을 안 다음부터는 이 생활 방식이 내 마음에 확 들어왔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도 집안에 들일 물건이나 생활 용품, 특히 가구 같은 경우에는 사려는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경제적인 준비를 먼저 한다. 가구 같은 경우는 한번 사면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것을 사기 위해 어느 정도 예산을 준비해 놓고 움직인다. 하나를 사더라도 괜찮고 좋은 것을 사자는 주의다. 지금도 결혼할 때 사온 가구가 거실에 있다. 나와 함께한 삶의 스토리가 담긴 듯한 손때 묻은 느낌들이 여전히 나에게 힘을 준다. 거실 한가운데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파는 12년 전에 큰맘 먹고 내가 나에게 선물한 물건이다.  지금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큰맘 먹고 샀는데 그 가치보다 더하고 있다. 그곳에 앉아 밖을 보고 있으면 세상 이 시간처럼 편한 게 없다.  결혼할 때 사온 주전자도 아직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주전자 표면에 생긴 수세미로 닦은 자국들이 나와 같이 한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정이 가는 물건이다. 물이 끓으면 나의 마음도 같이 끓는다. 40대 중반, 어느 날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카드를 들고나가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독일산 냄비를 하나도 아닌 세트로 사가지고 왔다. 살 때는 많이 망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다. 주방에 놓인 냄비를 보는 맛도 있고 설거지를 할 때도 닦는 맛이 있다. 이러한 소소한 물건들이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나는 여름방학, 겨울방학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1,2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해서 버린다. 가끔 식구들이 찾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없다. 버렸는데 어쩌라고...

 

미니멀 라이프를 삶에서 실천하고 가장 좋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몇 년 전부터 해외여행을 내 삶에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이유는 이전 강의에 써놓았다. 우리는 여행을 가면 비행기 값을 뽑자는 마음으로 길게 잡는다. 짧으면 이 주, 길면 한 달 정도를 간다. 가기 전에 집 대청소를 한다. 그래야 집에 돌아와서 기분이 좋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하는 느낌은 이것이다. 심플한 집안 풍경이다. 여백과 빈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마음을 뭔가로 꽉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여행을 가지 전에는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지  잊고 산다. 집안에 있는 것들도 당연하다는 생각만 있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한다. 익숙함에서 오는 감정 정도다. 그러다가 여행에서 돌아와 오랫만에 우리 집 풍경을 접하면 내가 잘 살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뿌듯하고 충만한 느낌까지 든다. 여러분이 호텔에 들어가면 깨끗하게 정리정돈 된 이미지, 꼭 있어야 하는 것들로만 채운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내 집안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이건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 이 느낌을 꾸준히 받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정리하고 버리고 좋은 것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