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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44) 제 취미는 '독서'입니다.

독서란 책에 있는 지식을 나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언어의 사용'이다. 이전 세대에서 이룬 지혜나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언어 덕분이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 속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기신 분들의 지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책이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먼저 세상을 살았던 성인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지성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가장 편한 시간에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내 취향에 맞는 지식과 지혜만을 골라 나에게로 이동시킬 수 있는 취미가 '독서'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성공의 공식도 모두 세상에 나와 있다. 언제든 시간을 내서 그저 읽기만 하면 된다. 

 

독서가 가진 힘에 대해 헬렌 켈러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 남긴 표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확실히 닥쳐올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산다. 우리는 가치관의 전환을 통해 삶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참된 지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얻고 싶으면 누구나 우리 앞에 놓인 '험준한 산'을 홀로 오를 수밖에 없다. 정상에 오르는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한, 자기 나름의 길을 개척하느라 이쪽저쪽 기웃거리며 방향을 찾아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보니 내 발아래 영롱한 보석들이 떨어져 있었고 나는 다만 햇살을 받아들이 듯 친구들의 사랑을 받아들이 듯 그 보석들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책에서 만난 많은 낱말과 문장들, 심지어 전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덮어 놓고 받아들이다 보니 후에 말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너무 나도 자연스럽게 이들 낱말과 문장을 떠올리고 적절히 구사할 수 있었다."

 

나의 독서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나로 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안 좋은 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냥 도서관에 가서 마음이 가는 책을 뽑아서 읽는다. 우선은 자기 앞에 놓인 책을 읽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를 하는 데 따로 왕도가 있지 않다. 이 책 저책,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자기와 맞는 책을 만나는 시점이 온다. 이 시점에 갈 때까지 여러 책을 넘나들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나와 맞는 한 권의 책을 만나기 어렵지 만나기만 하면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힘들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제 취미는 독서예요." 라고 하지 못했다. 이것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믿음 중에 하나다.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면 어렸을 때는 독서를 한다고 하면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독서예요"라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안경을 쓰면 안경 쓴 모든 학생들이 우등생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믿음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안 됐다. 40 중반까지니까 꽤 오랫동안 이 믿음 안에 갇혀 있었다. 독서를 티 내지 않고 조용히 하는 나만의 비밀 활동처럼 그렇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혼자 그렇게 오랫동안 지식과 지혜를 쌓다 보니 지금은 이렇게 쌓은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부싸움을 하고 책을 읽으면 상대방을 용서하라는 글들이 많이 보이고 걱정스러운 고민이 있을 때 책을 읽으면 걱정을 덜어주는 글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내 안에 있는 지식과 지혜들을 나누고 싶은데 어떻게 나눌지 몰라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에서 힌트를 얻어 행동에 옮긴 것이 '강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기억해둘 만한 구절들을 필사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처음 시작은 읽었던 책인데도 읽은 줄 모르고 두 번을 거의 다 읽고서야 내가 읽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다. 읽었던 책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했던 행동이었는데 지금은 이 필사 덕을 많이 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필사 덕분이다. 내가 이렇게 긴 글을 쓴다는 것은 나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필사하면서 책을 읽으면 기록한 내용을 내가 읽고 싶은 시간에 다시 읽을 수도 있고 핵심 내용만 반복해서 되새길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책들이지만 서로 연결이 돼 있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지식들이 채워지기도 하면서 더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시각도 생기고 나도 모르는 사이 책에 있는 지식들이 나의 무의식에 채워지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지금 이 글들도 이러한 반복된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글들이 모여 나중에 내가 할 강의의 초안이 되어줄 거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