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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45) 삶에 유연성을 들인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럴 수 있다'

경험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내가 내 위주로 만든 스토리다. 기억은 정말로 주관적이며 나의 기분에 맞춰 내 멋대로 왜곡시켜 저장된다는 것을 알았다. 뇌가 기억을 꺼내올 때도 기존에 무의식에 있던 믿음과 재구성하여 만들기 때문에 사실대로 꺼내오지 못한다. 기억을 저장하고 꺼내올 때 생기는 이러한 기억의 오류가 우리 삶에서 많은 오해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기억은 우리가 경험한 일이고 사실이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이끄는 것은 그 경험에 우리가 내 믿음대로 부여한 의미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사건보다 더 안 좋은 것은 우리가 일어난 사건에 부여하는 부정적인 의미임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로 인해 부정적인 의미와 감정을 나에게 주지 않으면 내 삶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보기 싫은 사람, 발생한 안 좋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사람은 자신만의 경험과 이야기로 무의식을 채우고 이를 타인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각기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말할 때도 현재 무의식에 품고 있는 가치관이나 믿음과 어긋나지 않는 사건이나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이런 각자만의 스토리의 배경과 맥락 없이 나를 말하는 것도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세상은 전혀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은 내가 느끼고 경험한 세상뿐이다.  

 

이 믿음으로 타인을 바라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다.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거야. 말 못 할 사정이." 뇌관련 책을 읽고 가장 도움을 받은 것은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깊고 넓어진 것이다. 특히 남편과 시댁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결혼을 하면 부부 문제보다 시댁 문제로 다투는 부부가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그랬다. 지금은 그냥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보고 배운 것도 다른데 그 시간을 뛰어넘기란 사실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나와 맞지 않아서 틀린 게 아니라 그냥 시댁은 시댁만의 세상이 있고 나는 나만의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시댁을 대하는 게 괜찮아졌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거의 30년을 넘게 살았고 무의식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상태에서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이다. 이걸 이해하니 지금은 남편도 맞고 나도 맞고 서로 부딪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생활 태도를 인정해 줄 수 있게 됐다.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다. 젊었을 때는 서로 불편하지 않으려고 조심도 하고 타인에게 좀 더 신경 쓰고 그랬다면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보면 너무 본인들 말만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그럴 수 있어"  그 사람이 보고 배운 게 그만큼이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안 했다면,  그럴 수 있다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는 됐다. 

 

'유연성'은 인관관계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우리에게 주는 영향력이 크다. 우리 부부는 서로 각자의 부모님은 각자가 알아서 살핀다. 배우자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양쪽 부모님이 서운해하실 수 있으나 이 또한 괜찮은 방법 같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얘기를 듣고 "무슨 그런 경우가 있어." 하고 반문하겠지만 이 또한 우리 집만의 '그럴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방법'이다. 우리 집 옆집에 오랫동안 같이 산 부부가 있었다. 아침에 마주치면 이웃집 아저씨랑 인사도 나누고 가끔 옆집 아줌마랑 이야기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남자분이 그 집에서 나왔다. 며칠 뒤 옆집 여자가 조용히 얘기한다. 전 남편하고 이혼하고 다른 남자가 자기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산다고. "그래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럴 수 있어. " 하고 생각은 했지만 한동안 새로 들어온 남자분과는 인사하기가 좀 껄끄러웠다. 무료 스피킹 강의를 들을 때 일이다. 뭔가를 써서 발표하는 시간인데 선생님께서 음악을 틀으셔서 방해가 됐다. 그래서 음악을 좀 꺼달라고 부탁했는데, 잠시 뒤에 선생님이 오셔서 한마디 하셨다. 여태껏 수업시간에 음악을 꺼달라는 분은 없으셨다고. 나도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선생님도 내 태도가 그러셨던 것 같다. 나중에 오해는 풀렸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느낌은 들었다. 

 

좀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생각의 유연성이 아주 필요하다. 생각의 유연성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성질이 있다. 생각의 유연성은 과거의 인식과 무의식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보물과도 같다. 지금보다 더 많은 새로운 경험과 긍정적인 사고는 나를 더 효과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이면서 생각의 유연성을 갖도로 도와주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