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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48) 그냥 사는 것도 괜찮다.

'아님, 말고'도 삶에 유익한 태도다.

인간 뇌의 작동 방식의  95%가 무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나를 바꾸는 것도 남을 이해하는 것도 사실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우리 무의식 안에 있는 가치관, 신념, 관념, 믿음 이 모든 것이 내 생각의 근원이라면 이 생각 또한 우리의 의지로 멈추는 것도 어렵다.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다. 생각이 나는 것도 생각을 멈추는 것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것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나를 탓하는 행동도 남을 원망하는 마음도 갖지 말고 그냥 사는 것도 이로운 삶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나만의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되고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나도 이 굴레에서 벗어 나오기 힘듦을 매 순간 느낀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처럼 나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님, 말고'와 같은 태도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아님, 말고'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 이 마음은 '그만두거나 버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타인에게서도 상처를 받지 않고 나 또한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중립적인 의미의 태도다.  따져봤자 서로에게 유익할 것이 하나도 없을 때 처할 수 있는 태도다. 나나 타인이나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을 상대방이 알지 않는 한 나도 상대방도 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마음에서 나온 태도다. 

 

이 태도가 내 삶에 들어온 건 아주 오래다.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내 마음 때문에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이러한 성격 덕분에 성격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단지 부딪히기 싫어서 받아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가족에게 많이 풀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태도 덕분에 나에게 상처 주는 일도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도 별로 없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새 아파트라 도서관이 잘 되어 있다.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용도 많이 한다. 어느날 엘리베이터에 공지가 하나 붙었다.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도서관 룸을 이용하려면 이용자 셋을 묶어서 관리사무소에 승인 받고사용해야 한다는 공지다. 도서관이 갖는 의미나 합리적인 것을 생각할 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표자 회의에 참석해서 내 의견을 전달했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걸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내 생각을 전달하면 된 것이고 거기까지다. 아니면 말고다. 

 

요즘에는 통화보다 문자로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통화도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 문자는 더욱 그렇다. 구체적으로 쓰지 않으면 내 믿음대로 내 맘대로 생각하게 된다. 무료 스피치 강의를 4개월 정도 듣고 개인적인 이유로 갈 수 없게 됐다. 마지막 인사를 만나서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일정상 수업을 2주 연속 쉬다 보니 문자로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 했다. 선생님과는 개인톡에, 다른 회원들과는 단체톡에 인사를 남겼다.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이나 다른 회원들 누구도 답장의 인사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서 나왔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흔하다. 서로 열심히 문자를 주고받다가 중간에 아무 말 없이 중단되기도 하고 마지막 맨트 없이 중간에 멈춘 채 며칠이 지나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이걸로 따지는 사람도 없다. 나도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습관처럼 그냥 넘겼던 일 중에 하나다. 이날도 항상 하던 방식대로 아님 말고였다. 최근에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도 별 의미 없이 그냥 습관대로 하신 모양새다.  하지만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생각한다. 내가 풀 수 없는 것이기에 깨끗하게 잊기로 했지만 내가 다시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면 오해한 체로 살았을 것이다. 이러한 오해가 우리 삶이나 인간관계에  많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 나처럼 용기를 내서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 대해 오해한 체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은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나에게도 삶의 목표나 가치관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해치면서까지 뭔가를 꼭 해야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말 내가 꼭 하고 싶은 꿈일지라도 그렇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강의를 하기 위해서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와 '강사'라는 직업이 인연이 있다면 그리고 내 운명에 그것이 들어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서운하거나 슬프지 않다. 그 꿈을 준비하면서 과정 중에 받은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 말그대로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괜찮다.' 요즘 유튜브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면 좋겠지만 나의 능력이 닿지 않아 못하면 그도 어쩔 수 없다. 내 운명에 그 영역까지는 없는 걸로 생각하면 된다.  

 

요즘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나처럼 생각하는 유튜버들이 많이 보인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살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아님 말고'라는 느낌 그대로, 날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유튜버들이 많아졌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남을 이해하는 것도 나를 이해시키기는 것도 어렵다면 그냥 자기 느낌대로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그냥 살아가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나이 들면서 더욱 강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