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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5) 왜 우리는 감정을 그토록 숨기려고 애쓸까?

감정에 내가 전하고 싶은 모든 정보가 다 담겨 있다. 

 

우리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감정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사회 문화 적인 환경 탓도 있지만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두렵기도 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까지 든다. 특별한 감정이 올라와도 그냥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도 많다. 특별한 감정이 생긴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라고 생각하거나 알아보려고 하는 자세도 내 삶에 들이지 못했다. 내 감정이지만 나도 나의 감정선을 잘 모르고 그 감정이 옳을 거라는 확신 또한 선뜩 가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 타인의 특별한 경험이나 환경을 알지 못하는 한  그 사람이 품은 감정의 의미를 알기란 쉽지 않다. 잘못 해석하면 관계만 틀어지고 어색한 사이가 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내 감정이지만 진짜 감정과 자주 사용해서 익숙한 감정을 구분하기 어렵다. 진짜 감정을 찾기는 했지만 그에 맞는 언어 선택이 틀려서 잘못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의식적인 감정과 몸에서 올라온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한 감정만을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몸도 익숙한 감정에만 길들여져 있어서 다른 감정을 사용하는 것을 낯설어한다. 상황과 맞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익숙하고 자주 사용한 감정이 몸을 통해 올라온다. 우리의 의식은 상황과 다른 감정이 올라오면 의심은 하지만 다시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몸이 무의식적으로 보내온 감정이 진짜 감정이라고 믿고 그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함으로써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거나 과거의 안 좋았던 감정만 더 깊게 몸에 새기는 실수를 한다. 이는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데 서툴러서 그렇다. '서투르다'는 표현은 자주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것도 상황에 맞게 다양한 감정의 표현들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는 말과 같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이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어렵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처리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고 마음 안에 묻어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무의식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상황에서 폭발하게 돼 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고 뒷감당하기 힘든 일만 생긴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는 능력 또한 무감각해진다. 자신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해야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올라온 진짜 감정을 무시하고 덮어버리면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만 생긴다. 진짜 감정 안에는 내가 전하고 싶은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오해와 상처도 진짜 감정을 찾아서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다. 

 

내 남편은 효자는 아니지만 불효자는 더더욱 아니다.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내게 부탁한 한 가지가 있다. 부모님 말씀이 맞지 않더라도 그 앞에서는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60을 바라보는 남편은 지금도 이런 행동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표현을 잘하는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시댁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이유는 딱 하나,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부모님들은 그분들만의 생활방식이 확고하셨다. 누구의 얘기를 듣고 바꿀 분들이 아니셨다. 속상할 때도 있었고 불만일 때도 있었으며 따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혼잣말로 삭였다. 내가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 젊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합리적이지 않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내가 내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지낸 시간만큼 시부모님과 내 관계는 처음 시집올 때의 느낌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다. 아직도 시댁에 가는 것이 힘들고 버겁다. 가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은 하지만 항상 남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은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어렵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타인과 이야기를 한다면 나 또한 타인의 감정 상태를 알지 못해 서로 겉도는 이야기만 주고받는다. 이는 뇌의 작동 방식과 관계가 있다.  자신에 대해서 자각하는 뇌의 위치와 타인에 대한 자각의 위치가 거의 같기 때문에 우리 뇌는 나나 타인을 같은 동일 선상에 놓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진심으로 타인의 숨김없는 감정을 알아내고 싶다면 가장 빠른 방법은 나 자신이 먼저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올라온 감정에 적절하지 못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도 우리가 진짜 감정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익숙한 감정만 사용하려는 습관이 아주 강하다. 속상한 일을 화난다고 하거나 서운한 일을 짜증 난다고 하고 괜찮은 상황이 아닌데도 괜찮다고 하면서 진짜 감정을 익숙하고 편한 감정으로 덮어버리고 만다. 이렇듯 진짜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알지 못해서 엉뚱한 감정 표현을 사용하면 오해가 생기고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서로가 멀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감정은 목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감정을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감정은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말하기 어렵고 힘든 감정이라도 그 감정의 진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고 내 삶을 살찌우는 방식이다.  

 

시댁은 시부모님이 쓰고 사실만큼 경제력을 가지고 계신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은 그렇지 못하다. 엄마가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을 꾸려 나가셨다. 지금도 나이가 많으시지만 농촌에 일손이 필요하면 나가시곤 한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도 아프고 안쓰럽고 안되셨다는 느낌이 많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은 대부분 엄마 탓을 하는 말들뿐이다. 엄마에게 그러려고 한 말이 아닌데, 나도 속상하고 엄마도 서운해하셨다. 내 마음속에 있는 진짜 감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사용했던 습관 때문이다.  지금은 감정이 올라오면 내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우선은 파악하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말과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다 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나가는 말에도 내 진짜 감정이 전달돼서 부딪히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올라온 감정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과 느낌, 감정까지도 말을 통해서 주고받는다. 말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기도 하고 표정이나 몸짓, 어조를 통해서 알기도 한다. 사회적 맥락 안에서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감정을 주고받으며 삶을 살아간다.  감정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상호적인 성격이 강하다. 감정은 사회 공동체 안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로 교환이 이루어질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감정은 하나의 감정만 올라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감정은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올라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한 번에 여러 감정이 같이 올라오기도 하며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짧게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빠르게 감정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진짜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조차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느낌은 올라온 감정에 대한 내적 반응이라 할 수 있고 기분은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좀 약한 파동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요동친다. 우리는 보통 한 가지 이상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감정이란 일시적인 정지 상태라기보다는 흘러가는 유동적인 것이다. 모든 감정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의 상태를 알려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감정은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나를 바르게 이끌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나에게 일어난 감정을 무시하고 당연시하지 않는 한 감정은 의식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