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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9) 나도 나를 모른다

나를 찾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대부분 두 개의 인생을 산다. 

하나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어진 삶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미처 실현하지 못한 내 의지대로 만들 수 있었던 삶이다.

 

소라게가 껍데기 안에서 살아가듯 우리도 일정한 '테투리' 안에서 살아간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각자만의 삶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테투리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객관적인 진실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진화되지 못했다. 인간은 객관적인 사실도 너무나 주관적이고 각자의 믿음대로 해석함으로써 사실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각자 나름의 주관적 관점을 통해 세상을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사는 것이 지금 우리 삶의 방식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의 믿음조차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내 관점이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나라의 사회.문화적인 관습, 부모님의 성향,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사고방식, 신념, 관념,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주어진 틀에 나를 맞춰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그리 살아가고 살아왔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땅과 같다. 그 안에 무엇을 심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키울 뿐,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단지 많이 주고받은 감정, 많이 한 생각, 많이 한 행동만을 키울 뿐이다. 

 

성장기에 우리가 많이 주고받으며 사용한 감정은 우리 몸에 새겨진다. 우리가 자주 반복적으로 했던 생각들은 무의식에 저장되어 우리 뇌에 각인된다. 이렇게 새겨진 감정과 생각은 우리의 몸과 의식을 통해 흘러나오게 되어 있다. 이렇게 각인되고 강화된 무의식과 싸우는 것이 우리의 의식이다. 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사실은 무의식 95%와 의식 5%의 싸움이라고 한다. 이렇기에 현실을 바꾸려고 아무리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해도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몸이 부정적 감정을 미리 느껴버려 생각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 

 

나를 바꾸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는 상황을 주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과 자신만의 특정한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모두 현실에서 마주하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각자의 색깔로 덧칠해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성인이 되면서 똑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생활 패턴이 우리가 가진 신념과 사고방식을 더욱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삶의 공허함이나 허무함이 밀려오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배워 본적도 해 본적도 없기에 싫어도 지금까지 해온던 일상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게 돼 있다. 결국 습관이 나를 이기고 우리의 의식은 자신을 합리화할 방법만 찾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의식 안에 있는 신념과 관념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새로운 경험 조차 이 믿음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과거, 현재, 미래에 할 모든 경험들은 정해진 뇌의 작동 원리에 따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턴의 형태대로 뇌의 무의식 안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쌓인다. 삶은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습과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정체성을 만들고 의미를 만들면서 그냥 살아갈 뿐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강하게 노력하지 않는 한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삶도 이와 같을 것이다. 

나의 믿음과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과거가 그랬듯, 현재와 미래도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삶은 이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