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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GPS' 와' 내비게이션'

'머릿속 GPS' 업그레이드

머릿속 GPS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들이 해마 또는 해마와 인접한 곳에서 발견된다.

그렇다면 해마를 훈련시키면 머릿속 GPS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런던대학교 연구진은 런던의 택시 기사를 피실험자군으로 실험했다.

런던 거리는 도시계획에 맞춰 잘 설계된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25,000개에 달하는

도로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길을 모두 외워야 하고 수천 개의 관광명소와 주요 건물들의 

위치도 기억해야 한다. 도시의 지리를 습득하는 데만 2~4년을 보내고도 택시 기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5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런던대학교 연구진은 이 택시 기사 그룹과 일반인들의 뇌를 스캔하여

비교한 결과 택시 기사 그룹의 해마가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새로 시작한 택시 기사의 해마보다 경력이 오랜된 택시 기사의 해마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새로운 뉴런들이 생성되면서 신경망이 확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마는 뉴련이 새로 생성되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런던 택시 기사의 뇌 연구 결과는 경험이 뇌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만약 런던의 택시 기사들이 내비게이션에 따라 운전했다면 해마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 GPS 장비를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지형지물을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가며 길을 찾을 때 훨씬 능동적으로 뇌를 쓴다는 뜻이다. 

 

신경망은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내비게이션에 따라 반사적으로 운전하는 동안 해마에 있는 신경망은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되고

내비게이션 화면에 집중하느라 지나가는 건축물이나 풍경을 감상할 기회도 잃는다.

내비게인션 화면에 나오는 지도 크기가 작은 것도 문제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한눈에 볼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는 일은 당연히 하지 못한다. 만약 두뇌를 훈련하고 싶다면 오롯이 내 감각 정보와

머릿속 GPS를 활용해서 길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GPS 장비들이 시간을 절약해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GPS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베로니크 보봇 박사는 우리가 머릿속 GPS를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장기적으로 해마의 기능과

크기에 꽤 높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GPS 장비에 의존도가 높아지면 뇌, 특히 해마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어 훗날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 기능 장애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세 중 하나는 해마의 뉴런들이 손상되어 장소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이다. 

꾸준히 훈련한 건강한 해마라면 이러한 손상을 견뎌내는 내구력이 좋아서 눈에 띄는 심각한 증상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위험한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따라서 내 머릿속 GPS를 잘 활용한다면 뛰어난 기억력과 놀라운 방향 감각, 심지어 여러 뇌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