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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49) 강한 멘탈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의 본능과 모순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자연에서 강한 종 순서에서 겨우 7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우리가 그 모든 종들을 물리치고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타인과의 협동이 주된 이유였다. 그 힘 덕분에 오늘날 같이 문명화된 삶도 이끌 수 있었다. 이러한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것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의미고 내 생존에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다. 우리가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벗어나자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삶을 살아간다. 삶에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가까워도 상처를 받지만 멀어져도 상처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설령 그 관계가 부모나 부부라할지라도 그렇다. 타인과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지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따로 똑 같이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댄다는 것은 타인에게 의지하는 상태 거나 도움 받기를 은연중에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는 습관이 생긴다. 아이들의 교육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한다. 충분히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부모가 해주게 되면 그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안 하려고 한다. 한번 들인 습관은 무섭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해서 뭐든 물어보지 않으면 할 수 없게 된다. 일이 잘못 돼도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 수 있고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 이 삶에서 탈피할 이유도 없다. 가끔 들어가는 카페가 있다. 자주 올라오는 내용 중에 '아파트를 사야 하는데 어떤 아파트가 좋은지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투자에서도 이런 사람은 항상 있다. 뭘 사야 오르지요?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돈 좀 벌 수 있을까요? 운이 좋아 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지키기가 어렵다. 나도 몇 년 전에 지금의 아파트 동과 호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었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해야지'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곳은 많은 사람들이 몰린 동과 향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결과다. 그 덕분에 뒷번호였음에도 나는 가장 좋은 동과 호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소신껏 결정했다. 며칠 전부터 상상력을 동원해서 다 지어진 후의 아파트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부동산에서 하는 말이 우리 동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나는 주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신도 없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라서 내 삶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그 좋은  IMF 기회도 날렸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주식을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면서 경제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러 책에서 제시한 내용을 내 마음대로 상상하면서 주식을 내 삶에 들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2년 정도 했다.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한 주, 두 주 사 모았다. 한 번에 한 주, 두 주 밖에 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주식 시장에서 가장 비싼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주다. 개미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산 주식이다. 개미들이 많이 모이는 주식은 상황에 따라 등락이 너무 심해서 개미들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가장 비싼 주식을 샀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 상황이 안 좋아도 그렇게 빠지지 않고 오를 때는 잘 올랐다. 사놓고 걱정을 하지 않았던 주식이다.  그리고 또 사 모은 것이 '한국쉘'이다. 배당이 많아서 나중에 연금으로 생각하고 받을 수 있다고 해서다. 결과적으로는 연금까지는 못 갔지만 두 배 넘게 올라서 팔았다. 주식을 하고 2년 후에 모두 팔아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 준 자금이 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뉴스나 정보를 통해 한 것이 아니라 책에 나온 지식과 그 지식을 섞어서 나만의 기준으로 결정하고 선택한다. 세상에 이미 나와 있는 정보, 특히 모두가 아는 정보는 더 이상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이 또한 편안하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정보에 기대는 것밖에 안 된다. 어른들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어른들 수업에서는 중간중간 졸지 마시라는 차원에서 우리 부부 이야기를 좀 과장되게 해드리곤 한다. 그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물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남편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내가 원하지도 않는다. 흔히 하는 결혼기념일, 생일 선물조차 남편에게 원한 적도 바란 적도 없다. 그냥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 돈 내산'으로 산다. 굳이 남편에게 기대고 바라고 실망하고 화내고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신 많은 남성분들이 내 남편을 부러워하셨다. 이게 뭐라고. 처음부터 나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나도 모르니까,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간들을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기대나 내색 없이 그렇게 이겨낸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나도 내가 멘털이 강하다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안 된다. 우연한 기회에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한 분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선생님은 굉장히 멘털이 강하신 분 같아요."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막연하게 감정이 풍부하니까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에게도 하물며 남편에게도 그렇게 기대지 않는다. 단, 남편은 내가 이혼하지 않는 한, 한 그릇에 담긴 두 생명체라 생각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내 삶의 태도가 나를 강한 멘털로 만들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