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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강의52) 삶에 감사함을 들이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이 감사해진다.

행복은 어느 순간 반짝하다가 곧 사그라들지만, 삶이 너무 좋거나 너무 괴로울 때, 방황하는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감사한 마음이다. 공허함을 채워주고 현재를 보다 충만하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감사한 마음에 있다. 

감사는 살면서 받은 상처로부터 치유할 수 있는 힘도 있다. 감사는 겸손하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과거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는 것도 우리가 삶에 감사함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부족한 것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마음에도 감사함이 충만해진다.

 

TV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개그프로는 거의 보지 않는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 특별하게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실적인 이야기에 바탕을 둔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러하다 보니 책도 소설이나 수필은 거의 읽을 일이 없고 대부분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분야 쪽을 많이 읽는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개그맨이 한 명 있다. 그 개그맨을 좋아하게 된 건 우연하게 들은 말 한마디 때문이다. "신이 내게 이렇게 많은 부를 주신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제들이 많지만 유독 나에게 준 이유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것들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이 내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풀 수 있는 삶에 감사합니다.'라고 한 인터뷰를 본 이후부터다. 이렇게 멋진 인터뷰를 한 개그맨은 '이영자 씨'다.

 

가족이 아파서 오랫동안 병원에 있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아프기 전까지 우리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병원에 가서야 조금 느끼고 큰 일이 나서야 절실하게 느끼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살아온 날들을 후회하며 자책하고 반성도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음을 느끼고 또 한 번 크게 좌절하고 만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내가 찾으려고 조금만 기울여도 우리 주변에 아픈 분들도 많고 노화로 인해 생활이 불편한 분들도 많다. 그럼에도 이러한 간접 경험은 그 순간에만 잠시 나에게 머물다가 이내 잊히고 만다. 우리의 마음을 바꿀 만한 힘으로 작용하지도 못한다. 이 상황들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내 가족을 통해 느낀 것은 아주 오래가고 잘 잊히지 않는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지만 이 또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뭔가를 배운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삶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니 이 안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마음에 집중해 보려고 했다. 바로 그 마음이 감사함이었다. 자력으로 숨을 쉬지 못해 기계의 도움을 받아 숨 쉬고 있는 환자,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는 환자, 맛있는 음식이 전혀 의미가 없는 삼키지 못하는 환자, 예쁜 옷은 고사하고 누워서 머리를 깎이고 환자복만 매일 입고 있는 환자까지 자력으로 뭔가를 할 수 없는 환자들이 정말 많은 곳이 병원이다. 내 가족이 아프기 전까지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감사함 마음 전혀 없이 당연하게 저절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 발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 삼킬 수 있음에 또 감사한다. 지금은 감사하지 않은 걸 찾는 게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친했던 친구는 공무원 공부를 해서 지금은 공무원으로 살고 있다. 그 당시 같이 공무원 공부를 하자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 삶이 힘들 때는 그 친구 얘기를 들을 걸 하고 후회도 하고 그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만나면 주로 그 친구가 돈을 냈다. 지금도 그 친구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많다. 하지만 그 기분이 전부는 아니였다.  얻어먹는 마음보다 내는 마음을 나도 갖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적도 많다.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냥 내 마음만 그랬던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열심히 직장 잘 다니고 있고 만나면 아직도 그 친구가 많이 내지만 들어주는 것은 주로 내 담당이다. 좋은 직장에 쓰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노후 준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아이들도 다 키웠고 남편은 조금 속을 썩이는 것 같지만 그 정도는 내 남편이나 다른 남편들도 비슷할 것 같은데도 항상 만나면 할 얘기가 많은 친구다. 정말 친한 친구이기에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을 담아 아무리 좋게 이야기를 해주어도 큰 의미가 없음을 자주 느낀다. 안타까울 뿐이다. 그 친구보다 뭐든 훨씬 부족한 사람은 나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내 마음에 다시 감사할 뿐이다.

 

30대, 그토록 바라고 기대했던 시절이었는데 내 바람과 다르게 삶이 흘러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시간 또한 감사하다. 만약 그때 힘든 삶을 지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삶에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불평불만만 했을 수도 있다. 내 삶의 기준점은 가장 힘들었던 30대 그 시절이다.  지금도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보다는 괜찮아서 감사하고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서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고 자주 토닥토닥 하지만 그래도 기댈 내 반쪽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모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