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것은 불안함과 불편함이었다.
불안과 불편도 우리 생존에 필요한 당연히 있어야 하는 감정 중에 하나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를 다소 긴장하게 하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적당한 긴장을 하지 않으면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민첩한 행동을 하지 못해 생존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하게 일어나는 불안이다. 달리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너무 긴장해서 불안함이 느껴지면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출발을 못하거나 너무 긴장하지 않으면 늦게 출발해서 결국은 꼴지로 들어오게 된다.자연생태계에서 꼴지라는 의미는 벌써 죽고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적당한 불안과 불편은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료가 된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생각만 하는데 사용한다.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잡다한 생각들이 났다가 없어진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의미 없는 생각들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불편하고 두려운 감정이 먼저 들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기존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고 삶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삶을 바꾸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이 들어와야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다른 생각이라는 것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믿음과 반대인 경우가 많다. 변화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다름에서 오는 설렘도 있지만 불편하고 두려운 마음도 있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어도 불편함과 두려운 마음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지켜만 보고 있을 때가 많다.
지금 내 상황도 이와 같다.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쌓이니 책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처음에 나도 독서를 시작할 때는 이런 마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면서도 스스로만 만족하면 된다고 믿었다. 몇 년 전부터 이 마음에 다른 마음이 들어왔다. 내가 믿는 믿음이 옳다는 강한 확신이 생기니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나도 몇 년이 걸렸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강의지만 사람들 반응이 없으면 자존감에 상처가 난다. 좀 이상한 댓글이 하나만 달려도 있던 용기가 사라진다. 별거 아니라고 아무리 나에게 말해도 이것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 책을 읽고 다시 에너지 충전해서 올리고 기대했던 상황이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불편함에도 계속 이 작업을 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내 성장에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지금은 이 불편한 감정 또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 이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켜 줄 거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책을 읽고 내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다양한 경험이 나의 무의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믿음을 믿고 따르면서 하는 일이다. 여기에서도 내가 놓치는 함정이 있었다.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항상 가족과 같이 했다. 특히 남편하고 둘이 하는 여행을 주로 했다. 남편도 나에게 알게 모르게 내가 믿고 싶지 않고 따르고 싶은 않은 믿음을 주는 강한 사람 중에 하나인 것을 잊어버렸다.
딸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처음으로 남편 없이 나와 딸, 단 둘이서만 해외 여행을 이 주 정도 갔다 왔다. 처음에는 남편 없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딸을 믿고 가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도 조금 있었지만 이 모든 감정을 뒤로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결과는 떠나기 전 나의 생각과 근심이 걱정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도 깨달았다. 남편이 없어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났고 하물며 남편이 없으니까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음까지 실컷 누리고 온 여행이 됐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주도하기보다는 딸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 돈을 관리하는 것도 딸이 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좀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어서 넘겨준 점도 있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 딸에게 믿음이 생겼다. 더 이상 간섭하지 말자. 어느 날 딸이 다가와 얘기한다. "엄마, 나 7월에 말레이시아에 가요. 혼자서요..." 이번 여행으로 딸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으리나 믿는다. 나도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해 봐야겠다.
내 삶을 돌아보면 내가 계획하고 의도해서 들인 것보다 그냥 들어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삶에서 계획을 한다는 것도 의미 없어 보인다. 삶이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 정도 살고 보니 그렇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자세도 나쁘지 않다. 지금은 운에 맡기는 선택도 가끔 실험처럼 하고 있다. 불편하고 두려운 상황들도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또 거기에서 얻는 배움도 있다. 나의 성장에 가장 도움을 준 것도 불편하고 두려울 것 같았던 시간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내 삶의 방향을 잡으면서 왔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의43) 미니멀 라이프를 말하다. (0) | 2024.03.31 |
---|---|
강의42) 감정과 이성 사이 (1) | 2024.03.31 |
강의40) 진정한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1) | 2024.03.30 |
강의39)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뇌의 비밀 (0) | 2024.03.28 |
강의38) 언어는 생각의 틀을 만드는 도구다. (0) | 2024.03.27 |